
29세, 빌딩전문 공인중개사 4년 차.대구에서 자라난 안진형 팀장(빌딩온)의 여정은 누군가의 보호 뒤에 숨은 삶이 아니라, 부모의 정서적 사랑을 기반으로 스스로 서는 힘을 키워온 과정이다. 20살부터 그는 투잡·쓰리잡을 병행하며 살아왔다. 편의점, 음식점, 카페, 서비스업 사람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뛰어들었다.
“일을 하면 돈이 생기고, 돈이 생기면 스스로 서 있다는 감각이 좋았습니다.
멈춰 있는 걸 못 했고, 배우고 성장하는 게 즐거웠어요.”
부모님은 그에게 풍부한 정서적 사랑과 안정감을 주셨지만, 경제적인 부분만큼은 철저히 스스로 해결하도록 했다.
누군가에게 기대기보다는 자신의 선택과 행동의 결과를 스스로 책임지도록 한 교육 방식이었다.
“누가 대신 책임져주지 않는다는 걸 빨리 알았어요. 그래서 뭐든 직접 해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경험은 그를 단단하게 만들었고, 경험을 쌓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되게 했다.
군복무 시절 그는 상담병이라는 역할을 맡았다. 그곳은 결코 평범한 상담 공간이 아니었다.
자해 위협, 공갈, 조기 전역을 위한 극단적 연기, 심지어 눈앞에서 동맥을 그어버리는 순간까지 있었다.
“그때는 상담이 아니라 거의 전쟁터 같았어요. 그 시간을 지나고 나니 웬만한 일에 흔들리지 않는 담력이 생겼습니다.”
후임에게 조언했던 일이 신문고 신고로 번지며 부대 전체 조사가 이루어지는 큰 사건으로 확산되었지만, 그동안의 상담 기록과 편지들이 그에게 무혐의를 증명해주었다.
“그때 처음으로 내가 누군가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책임감은 저를 움직이게 하는 가장 큰 힘이었습니다.”
전역 후 그는 120평 규모의 한식당에서 점장 제안을 받았다. 23살이라는 나이를 생각하면 과분할 만큼 큰 기회였고, 누구라도 고민 없이 잡을 만큼 매력적인 조건이었다. 안정적인 수입과 보장된 위치, 책임 있는 직함까지 이미 눈앞에 주어진 상태였다. 하지만 그는 그 기회를 선택하지 않았다. 그는 어느 순간, 자신이 서 있는 위치와 앞으로 걷게 될 길을 깊이 바라보게 되었다. 그 선택을 한다면 생계는 편안해질 수 있었지만, 그 대신 평생 누군가의 눈치를 보며 살아가는 구조 안에서
머리를 숙이는 삶이 반복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들었다.
“그 길을 선택하면 미래가 너무 정해져버릴 것 같았습니다.
평생 누군가에게 머리를 숙이며 살아야 하는 구조 속에 있을까 두려웠습니다.”
그리고 그는 자신에게 매우 단단하고 솔직한 질문을 던졌다.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그 질문의 답은 생각보다 명확하고 단순했다.
“나는 인사를 올리는 사람이 아니라, 서로 눈을 맞추고 악수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 한 문장이 그의 진로를 완전히 바꾸었다. 누군가의 아래에서 허리를 굽히는 사람이 아니라, 책임과 결과로서 서로의 손을 맞잡을 수 있는 사람.
그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 결심은 그를 공인중개사라는 길로 이끌었다. 그리고 그는 바로 준비를 시작했다.
2020년 1차 합격, 2021년 2차 합격. 졸업과 동시에 서울로 올라왔고, 누군가의 뒤가 아니라 자신의 이름으로 시작하기 위해 고시원에서 삶을 꾸렸다.
월평균 수입 70만~100만 원. 연락이 오지 않는 날들이 반복됐고, 계약은 겨우 2건, 3건에 불과했다.
2년 가까이 사실상 굶다시피 버틴 시간.
“실패는 습관입니다. 포기하면 어디서든 똑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2022년 8월, 그는 빌딩 중개 세계로 들어왔다. 묵묵히 쌓아온 시간은 결국 1년 1개월 만의 팀장 승진으로 이어졌다.
지금 그는 연봉 N억의 중개사로 서 있다.
그의 커리어에서 절대 잊을 수 없는 장면이 있다. 200억 규모 계약을 성사시킨 밤.
계약을 앞둔 전날 밤 11시, 건물 누수 여부를 다시 확인하는 과정에서 회장님이 불쾌감을 드러냈다.
순식간에 분위기는 얼어붙었고, 성사 직전까지 왔던 계약이 손끝에서 흩어지는 것처럼 보였다.
“그 순간, 이대로면 모든 게 끝난다는 직감이 왔습니다.”
그는 머리로 계산하지 않았다. 상황을 논리적으로 풀어가려 하지도 않았다. 그저 본능적으로, 진심으로 움직였다.
밤 12시, 그는 회장님 앞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회장님, 저는 반드시 이 계약을 성사시키고 싶습니다. 제 진심을 믿어주십시오.”
잠시의 침묵. 정적이 흐르고, 그리고 마침내 회장님의 입에서 답이 나왔다.
“이 사람 때문에 계약한다.”
그 순간, 계약서에 도장이 찍혔다. 그의 손은 떨렸고, 가슴은 벅차올랐다.
“그날, 진심이 사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걸 배웠습니다. 그날이 저를 만든 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계약 이후 그는 확신했다. 사람의 마음은 말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태도와 진심으로 움직인다는 것을.
빌딩 중개는 단순히 건물의 가격과 조건을 맞추는 일이 아니라, 각기 다른 사정과 시간을 가진 사람들을 끝까지 책임지고 완주시키는 과정이라고 그는 말한다.
그래서 그는 일할 때 가장 먼저 고객의 이유와 마음을 바라보는 태도를 우선한다.
“누군가에게는 단순한 거래일 수 있지만, 어떤 이에게는 인생에서 가장 큰 결정일 수 있습니다. 저는 그 순간을 가볍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원칙은 ‘거짓말하지 않는 것’, 그리고 ‘문제를 숨기지 않는 것’이다.
계약이 길어지더라도, 불리해지더라도, 모든 리스크를 반드시 그대로 전달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신념이다.
“중개사는 중간에서 어떤 말이든 포장할 수 있는 자리입니다. 하지만 저는 장난치지 않습니다. 제 일은 고객을 끝까지 책임지고 함께 완주하는 일입니다.”
그는 ‘좋은 중개사란 어떤 사람인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예상치 못한 상황 앞에서도 무너지지 않는 사람. 고객의 불안을 먼저 알아보고, 먼저 움직일 줄 아는 사람. 그리고 무엇보다 신뢰를 잃지 않는 사람.”
그에게 좋은 중개사는 말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끝까지 가는 사람, 빠르게 계약을 따내는 사람이 아니라 문제가 생겼을 때 가장 먼저 앞에 서는 사람이다.
그는 지금 개인 브랜딩을 본격적으로 구축하고 있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스레드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적극적이고, 맡긴 일을 끝까지 완수하는 중개사’라는 이미지를 만들어가고 싶다는 것이다. 그에게 브랜딩은 단순히 홍보의 과정이 아니다.
사람들이 그를 떠올릴 때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 “끝까지 책임지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가지게 만드는 일.
그래서 그는 지금의 시간들을 조급함 없이 차근차근 쌓아가고 있다. 그가 꿈꾸는 미래 역시 분명하다.
“5년 뒤에는, 마케팅을 하지 않아도 소개만으로 일이 이어지는 중개사가 되고 싶습니다.”
그가 이야기하는 미래는 거창한 성공의 그림이 아니라, 신뢰라는 기반 위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삶의 흐름에 가깝다.

그는 후배 중개사들에게 늘 같은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요행은 바라지 마라. 빌딩중개에는 지름길이 없다.”
그는 이 업의 본질을 ‘빨리 계약을 따내는 기술’이 아니라 ‘상황을 버티고 해결하며 성장하는 시간’이라고 정의했다. 그래서 그는 덧붙였다.
“계약보다 성장에 집중해라. 그래야 오래 갈 수 있다.”
그가 자신의 이야기를 마무리하며 남긴 마지막 문장은 그의 인생 전체를 압축한 문장처럼 들렸다.
“운칠기삼. 운과 때는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그 운을 끌어당기는 건 그 전까지의 미친 꾸준함이다.”
그는 운이 오기를 기다린 적이 없다. 운이 와도 받을 수 있을 만큼 스스로를 단단하게 만들어두는 데 집중해왔다.
그리고 그는 조용히, 그러나 단호하게 말했다.
“버티고, 쌓고, 계속하면 언제가는, 그때는 온다.”
✏️ 더피플즈 기자 코멘트
안진형 팀장의 여정은 ‘운칠기삼’의 진짜 의미를 보여준다.
운과 때는 분명 필요하다. 그러나 그 운을 부르는 힘은, 묵묵히 쌓아온 미친 꾸준함에서 생긴다.
가장 낮은 자리에서 무릎을 꿇을 수 있고, 가장 높은 자리에서도 겸손을 잃지 않는 사람.
그런 사람이 결국 기회를 끌어당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