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음식으로 몸과 마음을 채우다" - 미미림 양서영 대표가 전하는 식농(食農)과 치유


					
					

 



경기도 화성시 향남읍, 밤나무 숲으로 난 길을 따라 들어가면 흙냄새와 풀냄새가 먼저 마중을 나온다. 그 끝에 자리한 곳이 ㈜미미림 농업회사법인이다. 사람들은 흔히 농업을 '흙을 일구고 작물을 수확하는 일'로 정의하곤 한다. 그러나 이곳에 들어서면, 농업이 지닌 완전히 새로운 가능성을 만나게 된다.

 

미미림(味美林)은 '맛있고(味), 예뻐지며(美), 숲(林)처럼 모든 이들을 따뜻하게 품는다'는 뜻을 지녔다. 자연과 문화, 사람이 함께 어우러지는 공간을 지향한다는 이름 그대로다.

 

미미림의 공신력은 국가 인증이 뒷받침한다. 농림축산식품부 지정 '우수농어촌식생활체험공간', 교육부 지정 '진로체험기관', 농촌진흥청 인증 '우수치유농업시설'을 두루 획득했고, 예비사회적기업이자 발달장애인 직업훈련지원기관으로도 지정돼 교육적 가치와 공익적 역할을 함께 수행하고 있다. 특히 우수치유농업시설 인증은 시설과 장비, 전문 인력, 운영 기준 전반에 걸친 서류 심사와 현장 평가, 면접, 실제 교육 시연까지 포함한 종합 심사를 거쳐 이루어졌다. 건강한 먹거리와 농촌 자원을 결합해 지친 현대인들의 마음을 토닥여주는 도심 속 치유 안식처다.

 

시작은 하나의 문제의식이었다.

 

"사람들이 자연과 농업, 먹거리의 가치를 일상에서 다시 만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특히 요즘 아이들과 가족들은 농산물이 어떻게 자라서 식탁에 오르는지 직접 볼 기회가 거의 없잖아요. 그래서 농장을 단순한 생산 공간이 아니라, 배움과 치유 그리고 관계 회복이 함께 일어나는 교육공간으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발달·정신장애인을 포함한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농장 활동을 통해 직업역량을 기르고 사회와 연결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처음부터 중요한 목표였고요."

 

흙에서 식탁까지, 오감(五感)으로 느끼는 '식농(食農)' 교육

 

식농(食農) 교육이란 먹거리가 자라는 과정을 직접 겪으며 식 습관과 삶의 태도를 함께 배우는 교육을 말한다. 미미림의 가장 큰 차별점은 식(食)생활과 결합된 체계적인 융합 프로그램에 있다. 식품 영양과 조리, 식생활교육을 전공한 양서형 대표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방문객들에게 단순히 농작물을 따는 재미를 넘어 '먹거리의 참된 가치'를 일깨워 준다.

 


 

"아이들이 토마토를 맛볼 때도 그냥 먹게 하지 않아요. '처음 베어 물었을 때는 어떤 맛이 나니?', '씹을수록 어떤 맛으로 바뀌니?', '다 먹고 난 뒤 입안에 은은하게 맴도는 이 깊은 맛이 바로 감칠맛이란다' 하고 미각을 세심하게 깨워주죠. 햇빛을 많이 받아 모양이 울퉁불퉁하거나 반점이 생긴 채소도 맛과 영양은 똑같다는 걸 가르치며 탄소발자국 줄이기와 로컬푸드의 소중함도 자연스럽게 전달합니다."

 

양 대표의 설명이다. 이처럼 미미림에서는 제철 채소를 직접 수확하고, 섬세하게 미각을 탐색한 뒤 이를 활용해 피자, 베이킹, 고추장, 무말랭이 김치 등을 만드는 '식농(食農) 체험'이 펼쳐진다. 아이들은 직접 키운 채소의 풍부한 맛을 느끼며 식 습관을 바로잡고, 어르신들은 잊고 지내던 제철 식재료의 감칠맛과 추억을 되찾는다.

 

 

 

체험의 무대가 되는 숲 자체도 교육 자원이다. 미미림의 밤나무 숲은 인위적인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의 생태환경을 보존하고 있어, 학생들이 안심하고 체험할 수 있는 교육 공간으로 평가받는다. 숲 지도사의 안내에 따라 자연의 향을 맡고, 꽃의 형태를 관찰하고, 밤나무의 꽃잎과 암술·수술 구조를 직접 살펴보며 오감으로 생태를 익히는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미미림은 이 숲체험이 단순한 야외활동이 아니라,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직접 관찰하고 발견하며 배우는 생태교육 중심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한다.

 

모두를 품어주는 공간, 문턱 없는 마음의 안식처

 

미미림이 추구하는 치유는 모두를 향해 열려 있다. 농장 곳곳에는 휠체어나 유모차를 이용하는 방문객도 이동에 제약을 받지 않도록 문턱을 모두 없애고 경사로와 다리를 설치해 장애물 없는 이동 환경을 만들어냈다.

 

공간의 문턱을 낮춘 것 이상으로, 미미림은 우리 사회 다양한 이들의 마음 문턱을 낮추고 있다. 참여자의 연령과 특성에 맞춘 맞춤형 프로그램 설계가 강점으로,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는 반복적이고 안정적인 활동 중심 프로그램을 통해 성취감과 사회성 향상을 돕고 베이킹, 숲 체험, 오감 자극 수확 활동 등을 진행한다. 치매 예방 및 인지 강화 프로그램은 색과 향, 촉감, 맛 등 오감을 활용한 회상 중심 활동으로 구성되며, 요리와 만들기 활동을 통해 인지 기능 유지와 정서 안정을 돕는다.

 

 

 

화성시 서부권 어르신들의 인지력 향상을 위한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수년째 이어오고 있으며, 발달장애 청소년을 위한 제과제빵 직업훈련, 느린 학습자를 위한 늘봄학교 연계 프로그램까지 운영한다. 한국 학교생활에 적응해가는 다문화 배경 학생들을 위해 정서적 안정과 문화적 교감을 함께 겨냥한 숲체험·식농교육 프로그램도 진행했으며, 이 프로그램은 전년도 참여 기관이 높은 만족도를 바탕으로 재방문을 요청해 성사된 사례다.

 

이런 공신력과 만족도를 바탕으로 미미림을 찾는 발길도 넓어지고 있다. 유치원과 학교, 복지 기관단체 교육은 물론 기업 워크숍과 장소 대관까지 운영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장애인 거주시설과 주간보호 센터, 노인복지관 등 복지 기관을 중심으로 단체 교육·체험 문의가 꾸준히 늘고 있다.

 


 

"언젠가 학교에 잘 적응하지 못하던 한 청소년이 혼자 농장으로 찾아온 적이 있었어요. 곧바로 필요한 곳에 연락해 무사히 마무리됐는데, 나중에 아이에게 까닭을 물으니 '그냥 이곳에 오고 싶어서 왔다'라고 하더라고요. 비록 가슴을 쓸어내린 하루였지만, 미미림이 누군가에게 힘들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편한 자리가 되어주고 있다는 사실에 참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미미림은 이렇게 누구나 편히 머물 수 있는 공간이 되어 가고 있다.

 

지역 농가와의 상생, 그리고 지속 가능한 농촌의 미래

 

농사 경험이 없던 상태에서 시작해 잡초와의 전쟁, 과중한 인력 부담, 초기 공사 지연 등 수많은 난관을 겪었지만, 양서영 대표는 3년간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작성한 실감 나는 교육 후기와 진심 어린 소통으로 브랜드 가치를 쌓아 올렸다.

 

나아가 인근 딸기·블루베리 농가와 협동 조합을 설립하여 귀농인 컨설팅 및 농촌 관광 연계 사업을 펼치고, 지역 어르신 농가와의 계약 재배를 통해 안정적인 판로를 제공하는 등 지역 상생 모델을 구축해 가고 있다.

 

미미림의 시선은 이미 다음 단계를 향해 있다. 

"식생활교육과 농촌체험, 진로체험, 직업훈련을 하나로 엮어서 지역의 농업자원과 사람을 연결하려고 합니다. 그렇게 지속 가능한 지역 사회 돌봄과 일자리의 기반을 만드는 것이 미미림이 가려는 길이에요."

 

"와서 맛있게 드시고, 몸과 마음이 건강해져 돌아가는 모습을 볼 때 가장 행복하다"라고 말하는 양서형 대표. 자연과 문화, 그리고 사람이 함께 어우러지는 미미림의 아름다운 숲 속에서, 흙의 정직함과 정성 어린 음식이 만들어내는 따뜻한 변화가 오늘도 이어지고 있다.